여권의 쇄신 논의가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당내 논란이 커가면서 당초 이번 주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전체 의원과의 만찬이 불투명해졌다.

박희태 대표는 7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박순자 최고위원 큰 딸 결혼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전당대회를 하면 화합의 대회가 아니라 분열의 대회가 될 것"이라며 "쇄신파들도 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조기 전당대회론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퇴진론에 또 한번 선을 그은 것이다.

친박근혜계도 박 대표 유임 쪽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5일 친박 의원 모임인 '여의포럼' 세미나에서 쇄신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해요"라며 말을 아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 생각조차 없다"며 "나올 가능성도 전무"라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사실상 추대하는 방식 역시 박 전 대표가 중시하는 원칙에도,당헌 · 당규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지도부가 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해 이른바 '쇄신파(친이계 소장파,쇄신특별위원회 일부 의원 등)'에 힘을 보탰다. 정 최고위원은 "준비 안 된 분들한테는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준비된 분들만이라도 전당대회에 참여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쇄신파는 오는 8일까지 당 지도부가 사퇴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9일부터 곧바로 행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 돌리기와 당사 및 국회 내 농성,청와대 및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질의서 발송 등 여러가지 행동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의원은 "우리는 정치적 노숙자가 될 각오를 하고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과 만나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쇄신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 정리가 먼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쇄신 논의가 권력투쟁 양상을 보여선 곤란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차기현/홍영식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