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57.사법시험 19회)이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후임 총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벌써 무성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임 총장의 사퇴는 시기만 문제였지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던 데다 사의를 만류했던 청와대도 임 총장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보고 조만간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는 점에서 차기 총장은 당장 동요하는 조직을 추스르고, 대외적으론 정치적 편향 시비에서 벗어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후임 검찰총장 인선은 이러한 난제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장 후보로는 임 총장보다 사법시험 1∼2년 후배인 사시 20∼21회 출신 검찰 내부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간혹 예외는 있었지만 검찰의 총수는 재야보다는 재조쪽에서 대부분 낙점됐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 차기 총장으로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권재진(56.사시 20회) 서울고검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일찌감치 나왔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권 고검장은 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ㆍ고검장, 대검 차장을 거쳐 올해 1월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뛰어난 친화력에 사안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이 돋보이며 원칙에 충실한 업무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시 20회 출신으로 권 고검장의 동기인 명동성(56) 법무연수원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담백하고 합리적인 성격에다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우며 호남(전남 강진) 출신이어서 지역 안배를 우선 고려한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1997년 말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연관됐던 `BBK 의혹' 사건을 맡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시 21회에선 문성우(53.광주) 대검 차장과 김준규(54.서울) 대전고검장, 문효남(54.부산) 부산고검장이 거론된다.

임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수리될 때까지 총장 업무를 대행하게 된 문 차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 법무부 검찰국장ㆍ차관을 거쳐 올해 1월 대검 차장으로 전보됐다.

수사는 물론 법무행정 분야까지 두루 거친 기획통으로 선ㆍ후배 및 동료 검사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데다 법무부 검찰 3ㆍ2ㆍ1과장과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검찰 인사와 조직 등 행정 업무에 누구보다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고검장은 법무부 법무실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을 지내고 올해 1월 대전고검장으로 임명됐다.

조용하고 성실하면서도 윗사람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곧은 자세와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기획통'으로 널리 알려졌다.

문 고검장은 대검 감찰부장, 대구ㆍ의정부지검장, 대전고검장을 거쳐 역시 올해 1월 부산고검장이 됐다.

대검 마약과장과 서울지검 강력부장 등을 맡아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 수사와 종교단체 `천존회' 사건을 지휘하는 등 강력수사의 이력이 두드러지고 치밀하고 겸손하다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총장 후보군인 이들은 모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급전직하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봉착해 있어 내부 인사가 아닌 검사 출신 외부 인사가 `소방수'나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