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당 쇄신론의 화살 끝이 자신을 겨누고 있어서다. 그는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 중진연석회의에서도 "요즘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남경필 의원이 "지도부가 쇄신안에 대해서 빨리 답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박 대표는 "(쇄신특위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이 없다"고 짧게 언급했다.

박 대표는 아직 자신의 거취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표직 사퇴는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과 계파 갈등으로 흔들리는 한나라당을 방치한 채 물러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당 대표가 중심을 지켜줘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쇄신특위 제안에 부정적인 청와대와도 보폭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행보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이날 사무총장 이취임식에서 "바깥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퍼붓는다고 당이 우왕좌왕하면 이는 집권여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국민이 한나라당에게 바라는 것은 흔들림 없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4일 연찬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수습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