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일 한나라당 쇄신특위의 대대적인 정(政).청(靑) 개편 및 당 지도부 사퇴 요구, 소장파의 국정기조 및 시스템 전환 주장에 대해 일단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겉은 그렇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편하고 부정적인 기색이 드러난다.

4월 재보선 패배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북한의 2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에서 제기된 전면쇄신론은 여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보다는 내분을 초래해 정국 주도권의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국정기조의 전환 문제는 지난해 쇠고기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 이후 간신히 전열을 가다듬은 `MB식 개혁'의 추동력을 다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민주당 등 야권이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조기 퇴진이나 조각 수준의 대형 개각은 자칫하면 정부 책임론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민주당 등 야권의 주장을 여당인 한나라당이 당당하게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일각에서 이를 그대로 옮기면서 여권 핵심부를 뒤흔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반발도 담겨 있다.

또 무작정 사람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여권이 단합해 할 일은 꿋꿋이 해나가면서 보완책을 찾아야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만일 개각 등 인적개편을 하더라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떼밀리는 듯한 모양새는 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세청장 등 일부 인사 수요가 있는 만큼 이달 또는 내달에는 일부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소문이 많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이 여론을 수렴하고 쇄신 방안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은 원래 시끄러운 곳"이라면서도 "당에서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에 속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 내부 결속이 중요한 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아직 그런 논의조차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오는 4일 한나라당 연찬회 이후 당에서 정리된 의견을 갖고 오면 검토하겠다.

젊은 사람들의 충정은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그런 주장들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쇄신특위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이 대통령이 국민을 위로하고 국민화합을 당부하는 내용의 대(對) 국민담화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검토는 필요하겠지만 일단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참모는 "이 대통령은 이미 1일 라디오 연설에서도 노 전 대통령 유가족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고 국민 화합을 당부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담화문이라는 게 적절하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