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되셔가지고 우리(보수세력)을 모두 이렇게 만드냐"며 "방송3사가 총동원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생자', '순교자'로 만들었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30일 자신의 홈페이지 '김동길 교수의 Freedom Watch'에 '정권교체는 아직도 멀었습니다'라는 글에서 29일 치러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거론하며 "2007년 대선을 통해 여당은 야당이 되고 야당은 여당이 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장으로 치뤄진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인도의 성자 간디와 중국의 모택동 주석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과 비교하며 "성자 간디가 암살돼 화장으로 국장이 치르어졌을 때에도 우리나라의 이번 국민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중국의 모택동 주석이나 북의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도 29일 국민장을 능가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람은 실황중계를 시청하다 꺼버렸다고 들었지만 나는 TV앞에서 오후 시간을 몽땅 보냈다"며 "서울광장은 완전히 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노사모 회원들의 장례식 준비만은 완벽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혼자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라고 운을 띄운 뒤 "'또 하나의 정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마땅히 존재한다고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정부보다 훨씬 유능하고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또 하나의 정부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정부가 보이는 정부보다 훨씬 능력이 있다면 이명박 후보를 전적으로 지지한 1000만은 낙동강의 오리알이 되는 것"이라며 "왜 대통령이 되셔가지고 우리를 모두 이렇게 만드십니까"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 글에서 "방송 3사가 총동원돼 노 전 대통령을 하나의 '순교자'로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는 일에 성공했다"며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그 어느 누구도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할 수는 없게 됐다"고 비꼬았다.

김 교수는 31일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더니'라는 글을 통해 "장례식 날 하루는 완전히 '노사모의 날'이었고 그 날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노사모의 대한민국'이었다"며 "차분한 자세로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날 오후에 올린 "이게 뭡니까"라는 말이 저절로'라는 글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국민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렀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영결식장에서 이 대통령 내외가 헌화하려 나가는데 소리 지르며 덤벼들던 양복 입은 자가 어느 당에 소속한 국회의원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그런 무례한 자는 마땅히 당에서, 국회에서 추방되고, 사법기관이 중형에 처해야 옳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명박대통령에게'라는 코너를 만들어 매일 일기식으로 사회 논평을 하고 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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