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과 중국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 어선 철수는 군사 충돌을 알리는 사전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의 제1 · 2차 연평대전도 중국 어선이 귀환하자 곧바로 발발했다는 점에서 군은 북의 국지전 도발이 임박했다는 판단 아래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 미연합사령부가 대북 정보감시 태세인 워치콘(WATCHC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시킨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한반도 상황도 북의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 3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8차 아시아 안보회의(ASS)' 참석차 자리를 비웠고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제주에서 '한 ·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북한이 이때 무력 시위를 벌인다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이때 도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점이 아니더라도 북의 국지전 도발 시기는 다음 달 중순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이 다음 달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 · 미 정상회담 이전에 국제적 시선을 끌 만한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군 정보당국이 '한 · 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겨냥해 북한이 모종의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첩보를 이미 입수했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북한이 2002년 한 · 일 월드컵 대회 때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켜 한반도 긴장 상황을 세계에 알린 수법을 이번에 다시 이용할 가능성을 군 정보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지난 27일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통해 서해 5도를 지나는 함정과 선박의 항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위협한 것도 도발의 명분을 얻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실제 충돌이 발생할 경우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도 우려되지만 충돌 1순위 지역은 역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이다. 북한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을 이유로 경비정을 NLL 이남으로 침범시켜 우리 해군 함정의 대응을 유도한 뒤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과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 등 북한이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도입해 개량한 이들 미사일은 위력적이다. 옛 소련에서 도입한 스틱스 미사일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의 5000t급 구축함을 격침시켰을 정도로 정밀도가 뛰어나다. 북한은 사정 거리를 80㎞로 두 배 정도 늘렸다.

우리 군은 이번 주말부터 '한 ·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까지를 집중 감시 기간으로 설정하고 첩보 수집 및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 공군과 미군 U-2 고공 전략정찰기의 정찰 범위도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회의 기간에 육 · 해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력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군사 및 정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