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관 정토원에 다녀온 오전 6시14~17분 사이 투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당일 수행 경호관을 심부름 보낸 뒤 홀로 있다가 투신했으며 이후 최소 28분 이상 부엉이바위 아래에서 '방치'된 상태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경위를 수사하는 경남경찰청은 27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을 당시 수행했던 이 모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토원 사찰을 다녀오느라 자리를 비웠다.

23일 오전 6시10분 부엉이바위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4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이 경호관에게 정토원에 가서 선 법사(선재규 원장)가 있는지 알아보고 오도록 지시했다.

경호관은 정토원에 갔다가 6시17분께 돌아와 보니 노 전 대통령이 보이지 않아 경호동에 있던 신 모 경호관에게 연락, 수색에 나서 오전 6시45분께 부엉이바위 아래에 추락해 있던 노 전 대통령을 발견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은 투신 후 최소 28분 이상 방치돼 있었으며, 경호관이 정토사에 다녀온 시간까지 합치면 31분가량 경호공백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산 아래쪽을 보고 옆으로 누워 있었으며, 머리 등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의식이 없었고 맥박도 없는 상태였다고 이 경호관이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을 어깨에 메고 차를 댈 수 있는 산 아래 공터까지 66m가량 내려가 2차례 인공호흡을 했으며, 마침 도착한 경호차량에 태워 인근 김해 세영병원으로 옮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경호관은 처음 경찰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과 부엉이바위 위에 함께 있다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이 투신했다고 진술했다가 두번째 조사에서부터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경호관은 전 대통령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충격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느꼈고, 신분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허위진술을 했다가 사회적 비난이 일고 동료 경호관의 설득으로 심경변화를 일으켜 사실대로 진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유서와 관련해서는 경찰은 "박모 비서관이 발견하고 나서 유족 측 정모 변호사를 통해 입수했으며 유족 측의 동의 아래 디지털 증거 분석을 한 결과 작성시간 및 저장시간 등을 확인했다"라면서 "현재로서는 추가 유서의 여부에 대해서는 유족 측의 진술이 없는 이상 확인할 수 없으며 다른 유서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경호관은 서거 다음 날 공중전화로 정토원 원장에게 "대통령과 함께 정토원에 갔다는 진술을 경찰에 했다.

원장님이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다"는 통화를 해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향후 조사 계획에 대해 "전 대통령은 오전 6시14분부터 45분까지 경호를 받지 못한 채 혼자 있었고, 그동안 목격자가 없고 사고 현장에서 입증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어 이 경호관 등과 함께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향후에도 증거자료 확보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도록 노력하겠으며, 유족 측에 대해서도 영결식이 끝난 뒤 진술할 내용이 있는지 요청해 서면으로 제출받아 의혹부분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박창수 기자 pcs@yna.co.kr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