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뵙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2002년 대선때 노무현 후보의 찬조연설을 맡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말까지 들은 부산 자갈치시장 합동상회 이일순(65.여) 씨가 25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았다.

이 씨는 이날 오후 6시께 장사를 마친 뒤 자갈치시장을 출발해 오후 7시20분께 봉하마을에 도착해 다른 조문객들과 마찬가지로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노 전 대통령의 영정에 국화꽃 한 송이를 바쳤다.

수척한 얼굴의 이 씨는 "지난 겨울 뵌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촛불을 손에 든 채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해 12월 노 전 대통령 내외의 초청을 받아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했던 이 씨는 "당시 형님 일 때문에 한창 시끄러운 때여서 노 전 대통령의 표정이 많이 어두웠고 말씀도 별로 없으셨다"며 "장사가 잘되고 있는지 물으셨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지난 23일 오전 한창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주변 상인들이 웅성거림과 함께 `노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거짓말이거나 혹시 아파서 입원하신 건 아닌지 생각했지만 남편의 전화를 받고 TV뉴스를 보고 서거 사실을 확인한 뒤 충격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때 이후로 크게 상심해 장사도 손에 잡히지 않고 3일 동안 시름시름 몸살을 앓았다고 했다.

이 날도 아픈 몸을 이끌고 조문을 와 노 전 대통령과 `재회 아닌 재회'를 했다.

이 씨는 "더 크게 죄를 지은 사람들도 살아있는데 이렇게 가시다니.."라며 "조용히 편히 쉬시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