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에 이어 25일 2차 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상당한 핵실험 노하우와 개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핵실험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진 분석결과에서도 지난 1차 핵실험 때보다 위력이 크게 증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핵실험 장면이나 정확한 실험시각과 장소 등이 알려지지 않아 이번 2차 핵실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공했다면 폭발력 최대 20배 증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실시한 핵실험의 위력이 1차 때보다 크게 진일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당국은 이날 오전 9시54분께 함경북도 길주군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4의 지진파를 감지했다. 이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당시의 리히터 규모 3.6보다 0.8 강한 것이다. 1차 핵실험은 TNT 0.8~1㏏의 폭발력이었으나 이번에는 최대 20㏏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 시점에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적어도 1차 핵실험때인 1㏏ 이상이며 최대치는 2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미국 CNN은 이번 핵실험 규모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사의 보도를 통해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실험에서 지하갱도를 좀 더 깊게 뚫고, 특수시멘트로 폭발지점 주변을 밀봉하고, 플루토늄의 순도를 높였다면 최대 20배 정도 폭발력이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핵개발 능력은 수준급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실 핵실험 규모는 핵실험 국가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차이가 날 뿐 그리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나라의 핵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핵탄두를 실어 나르는 발사체와 추진체의 능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7월과 올해 4월 장거리 로켓(대포동 미사일)발사에 나설 정도로 발사체와 추진체 부문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비록 지난 4월 장거리 발사체는 궤도진입에 실패했지만 3200여㎞를 날아갔다. 이 정도는 미국 중국 등 메이저 핵보유국을 제외하곤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것이다.


◆성공 여부 최종 확인은 수일 더 걸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핵실험 여부는 정찰기와 정찰위성을 통해 핵실험 움직임을 포착하고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파를 분석해 규모를 추정한다. 핵실험의 시기와 성공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핵실험 장소(추정지)로부터 분출되는 방사능 물질을 검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가동 중인 WC-135 정찰기가 수집한 동해의 공기에서 크세논(Xe-135)과 크립톤(Kr-85) 등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는 수일 이후에나 최종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