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WSJ는 지난해 8월 발병한 뇌졸중에서 회복 중인 김 위원장이 권력승계 작업을 시작한 가운데 매제인 장성택과 3남인 김정운이 권력구도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고 버락 오바마 정부가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 외교관들이나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의 권력 방정식에서 김정운을 중요한 플레이어로 점차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6세인 김정운은 신뢰를 잃은 장남 김정남과 유약해 지도자 자질이 부족한 차남 김정철에 비해 보다 강력한 후계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일이 자신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빼닮은 아들로 김정운을 꼽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2004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정운의 어머니 고영희는 3명에 달하는 김 위원장의 부인들 가운데 김 위원장으로부터 가장 총애를 받았다고 WSJ는 덧붙였다.

WSJ는 이어 장성택이 지난달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주요 보직을 맡게 되면서 큰 변화가 왔다고 전했다. 장성택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나빠질 경우 단기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힐 것이며,장기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중 한 명을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앉히고 김 위원장 가족의 이익을 보호하는 섭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장성택은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연말쯤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 확실하다"면서 "김 위원장은 이전 같으면 누구라도 전면에 나서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부시 전 대통령의 아시아담당 보좌관도 "장성택의 부상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라며 "김 위원장은 권력승계 작업을 가이드할 섭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SJ는 이 같은 정치적 변화가 장거리 로켓 발사,6자회담 불참 선언 등 갈수록 공격적인 북한 외교정책의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출범 이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이란의 핵 개발 문제에 집중했던 오바마 정부에 평양의 권력승계 문제는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