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신 분이라 잘 견디실 줄 알았는데.."


주미한국대사관에서 24일 연합뉴스 기자를 만난 한덕수 주미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이같이 말하며 한동안 말을 잊었다.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그로서는 갑작스런 이번 소식에 착잡함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한중 마늘파문'으로 잠시 공직을 떠나있던 그를 국무조정실장으로 컴백시키고 경제부총리 등 중책을 맡긴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정치권이 아닌 행정관료 출신으로는 누구보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깊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였다.

어두운 표정의 한 대사는 이날 주미대사관 1층 대강당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부인과 함께 공관 직원을 대표해 가장 먼저 분향한 뒤 동포단체 등에서 온 일반인들의 조문을 직접 받기도 했다.

한 대사는 분향 후 "대단히 애통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한 대사는 "어려운 사람들과 사회적 음지에 대한 개선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라면서 "물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향을 정하고 꾸준히 노력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오바마 미 대통령도 발표했듯이 노 전 대통령은 한.미관계에서 어려운 결정을 했던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등이 재임시절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한 대사는 이어 "미국의 모든 총영사관에 분향소가 설치될 것이며, 일부 한인회와 종교 단체에서도 분향소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라며 미국 내 동포사회의 추모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의 노 전 대통령 조문 문제와 관련, "미국 정부도 적절히 조문 의사를 전달하는 방안을 생각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별도의 조문단을 파견한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면서 "다만 주한미국대사의 경우 분향소가 차려질 경우 미국 정부를 대표해 당연히 조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치된 주미대사관 1층 분향소는 장례 전날까지 운영되며 일반인 및 각국 외교단 등의 조문도 받을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