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갑작스러운 변고를 맞은 친노(親盧) 그룹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 전면에 나섰던 친노그룹은 `좌(左)희정-우(右)광재'로 불리는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 등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박연차 게이트'에 휘말려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서면서 정치적 파산 위기에 몰린 상태다.

무엇보다 이들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 치유하기 어려운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를 계기로 당장 친노 진영이 정치적 활로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 386 운동권 출신 인사는 24일 "곧바로 친노그룹이 재결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극적 슬픔 앞에서 곧바로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 친노 인사도 "역사적 비극 앞에서 다들 비통해하는 상황에서 막막할 따름"이라며 "우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 자체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일"이라고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비극은 검찰의 칼날에 와해되다시피한 친노 진영이 다시 결속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극단적 방식을 통해 정치적 동지들을 짓눌렀던 짐을 떠안고 가는 듯한 상황이 조성됐고, 이는 국민 사이에 동정론을 불러일으키며 정치적으로 숨 쉴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전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에 맞춰 야권이 특검 추진 등 대여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나설 경우 친노 그룹이 자연스럽게 그 중심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국민 정서상 의혹선 상에 올랐던 인사가 자살했을 경우 그의 결백과 도덕성을 믿어주는 경향이 있다"며 "친노그룹의 정치적 회생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