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중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9시 30분께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경호원 한 명과 함께 산에 올랐다 추락해 머리 등에 부상을 당했으며, 즉시 병원에 이송됐으나 서거했다.

양산 부산대 병원 측은 "인공 호흡을 하면서 본 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뇌출혈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9시 30분께 중단했다. 두개골 골절 등의 부상이 있었고 특히 두부 외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유서' 존재에 대해 밝혀 자살에 힘을 실고 있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6시 40분께 경호원 한 명과 산에 올랐다 산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상태가 위독해 부산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면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 시술을 했으나 9시 30분께 돌아가셨다. 가족들 앞으로 짧은 유서를 남겼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실족사와 자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자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유서 내용과 관련, "그동안 힘들었다"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다" "원망하지 마라" "화장해달라" "작은 비석하나 세워달라" 등의 내용이 공개됐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한-EU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이후 긴급 대책 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을 비롯해 여야는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사망 경위에 따른 경찰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또한 이날 권양숙 여사 등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었으나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산책을 나가기 전 컴퓨터에 남긴 유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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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