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받았다는 `640만 달러'를 둘러싼 진실규명이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대검 중수부는 2007년 6월29일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박 전 회장 측에서 받아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돈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에게 주겠다는 취지로 100만 달러를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애들(아들 건호씨.조사사위 철호씨)을 도와주라고 해서 500만 달러를 보냈다"는 진술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와 관련해 아내 권양숙 여사가 받아서 빚 갚는 데 썼으나 자신은 몰랐고, 500만 달러의 경우 조카사위가 받았다는 사실은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이라 어떠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고 아들은 관련이 없다 주장했다.

이후 검찰은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의 지시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직원을 시켜 건호씨가 살 만한 집을 물색해줬고, 권 여사가 차명으로 미국에 있던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4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또 건호씨가 500만 달러를 이용해 오르고스사를 운영했고, 작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인맥관리 프로그램인 `노하우2000'이 저장된 노트북이 대통령 관저에서 이 회사에 전해졌다가 한 달 뒤 관저로 되돌려 보내진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검찰이 이 같은 증거들을 제시하자 수차례 "집에 가서 확인해보겠다", "오늘 처음 듣는 얘기다.

확인해 보겠다"고 진술했다.

2007년 9월 박 전 회장의 홍콩법인 APC계좌에서 당시 미국에 체류중인 정연씨 측의 계좌로 건네진 `40만 달러'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정 전 비서관이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주며 `집 사는데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어른께서 전하셨다'고 말해 4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느냐에 초점을 맞춰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은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게 구차하기도 하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거"라는 말만 남겨놓고 숨졌다.

`640만 달러'의 진실은 온갖 의혹만 남긴 채 역사 속 미제로 묻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