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는 16일 개원 93주년을 맞은 국립 소록도병원을 방문, 과거 사회적 차별을 겪었던 한센병 환자와 가족에게 정부를 대표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에서 열린 `제6회 전국 한센가족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을 격려하고, 한센인 복지증진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현직 총리가 한센병 환자 진료, 치료 기관인 소록도병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리는 기념식 치사에서 "대한민국 총리가 이곳에서 한센인을 만나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그동안 사회적 냉대와 차별, 편견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온 한센인과 가족 여러분에게 정부를 대표해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0년 가까이 수많은 한센인이 겪어야 했던 한과 설움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센인들이 겪은 차별과 냉대에 종지부를 찍는데 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어려움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온 한센인에게 깊은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으며 항상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는 여러분이 과거의 아픔을 딛고 소외에서 소통으로, 좌절에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센인 지원대책과 관련, "이명박 정부는 한센인 권익 옹호와 복지서비스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센인 생활지원과 추모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됐으며, 모든 한센인의 숙원사업이었던 한센사회복지센터가 올 하반기부터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소록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을 만나 간호사 증원 등 건의사항을 청취한 뒤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고 격려했다.

한 총리는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5시간30분 동안 전용열차와 차편을 이용해 소록도 병원을 찾았으며, 기념식 행사에는 박준영 전남지사, 한센인 출신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 한센인과 가족 6천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임 의원은 "소록도 병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총리가 소록도를 방문하니 하늘도 감동해서인지 비가 내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 최고의 취약계층인 한센인을 정부가 함께 보듬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한국에서 매년 4월 세계 한센인 인권포럼을 개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현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총리가 명예 대회장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한 총리는 수락의사를 밝힌 뒤 "정부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돕겠다"고 화답했다.

(소록도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