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笑而不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당시'(唐詩)를 꺼내들었다.

불붙은 쇄신.화합 논쟁 속에서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박 대표는 12일 온종일 여의도 당사 6층에 위치한 대표실을 지켰다.

주재할 회의도 없었고, 이렇다 할 면담 일정도 없었다.

다만 그의 한 손에는 `당시'가 들려 있었다.

평소 사자성어를 통해 정치적 화두를 던져온 박 대표이기에 `당시'에서 지혜를 구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이날 박 대표가 찾은 사자성어는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답하지 않는다)이었다.

"왜 정치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백(李白)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의 시구인 소이부답이 답"이라는 말을 곁들였다.

박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이부답은 `내 마음은 한가롭고 편안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그런 마음, 평상심을 갖고 앞으로 여러 고려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무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싼 논란,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진영의 갈등 조짐 등 난마처럼 얽힌 당 현안을 차곡차곡 풀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박 대표는 최근의 주변 사람들에게 "당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이 건강하다는 것 아니냐"는 말을 되풀이한다고 한다.

냉정하게 고민은 하되, 현 상황에 당황해하지 않는다는 게 대표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당이 빨리 조용해지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경제살리기를 비롯해 국민이 바라는 대로 나아가는 게 나의 바람"이라며 "동시에 쇄신과 단결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표는 평소와 같이 오전 9시께 출근했다.

지인들과의 오찬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외에 오후 6시 퇴근 때까지 `당시'와 함께 대표실을 지킨 박 대표가 고민의 결과물로 내놓을 정치적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