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형으로는 대척점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고리로 공통분모를 갖게 됐다.

지난 정권과 현 정권 핵심 인사인 이 두 사람이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궁지에 몰린 것이다.

특히 이들은 박 전 회장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은 게 아니라 자녀가 그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서 우연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검찰에 남겨진 공통된 숙제 또한 자녀들에게 돌아간 이익이 부친들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흔드는 박 전 회장의 돈은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받았다는 100만 달러(2007년 6월)와 아들 건호씨에게 흘러간 투자금 500만 달러(2008년 2월)이다.

권 여사는 100만 달러 가운데 40만 달러 정도를 미국에 체류하던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송금했고 10만∼20만 달러도 이들이 입국했을 때 건넸다고 해명했다.

돈의 성격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의 해석이 딴판이지만 표면적인 용처만 따져본다면 노 전 대통령이 아닌 자녀가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은 셈이다.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도 건호씨가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천 회장을 둘러싼 의혹도 그의 장남 세전 씨의 이득과 관련이 있다.

2007년 4ㆍ5ㆍ11월에 걸쳐 천 회장 가족이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차례로 고가에 박 전 회장과 관련된 매수자들에게 판 뒤 1년 뒤 세전 씨가 싼 가격에 다시 매집, 시세차익을 얻었고 이 과정에서 증여세 포탈이 있었다는 게 이 의혹의 구도다.

세전 씨는 1년에 걸친 이 거래를 통해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과적으로 시세차익 40억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전 회장 측에서 보면 주식을 비싸게 사 `본래 주인에게' 싸게 팔았다는 점에서 수상한 거래라는 의심을 사고 있지만 1년 뒤 주가가 폭락할 것을 예견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손해를 무릅쓴 거래라고 의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박 전 회장의 `간접 지원'은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인 권력 최고위층 로비에 거의 접근한 검찰이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가 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시종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강력한 방어논리를 펴는 근거가 이처럼 박 전 회장의 돈이 자신이 직접 취한 이득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천 회장 역시 박 전 회장에게 금품로비를 직접 받은 게 아니라 아들의 지분을 매매하면서 생겨난 의혹이어서 이를 천 회장에 대한 로비로 볼 것인지는 법률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