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지적

일본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검증하는 방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교과서 왜곡 사태는 되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의주로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2009년 새역모(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중학교 역사교과서 상세분석'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 앞서 9일 미리 배부한 '새역모 발간 교과서의 검정실태에 나타난 일본 교과서 검정제도의 문제점'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검정의견서를 작성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교과서 조사관을 문부과학성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게 돼있다.

심지어 교과서 역사서술에서 이웃나라 국민의 역사감정을 배려해야 한다는 이른바 '근린제국조항'을 부정하는 등 편향된 역사인식을 가진 사람이 조사관이 된 때도 있다"면서 현행 검증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검정에 의해 편향된 기술이 시정된 측면도 있으나 현재와 같은 개별적인 기술의 적합성 여부만을 판단하는 검정방법으로는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문제는 개별 사실의 왜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실들을 애국심을 강조하고 자국의 역사를 미화하는 방향으로 엮어 간다는데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부성은 '근린제국조항'을 고려해 (교과서를) 검정했다고 주장하나 구체적으로 이 조항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검증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일본 검정 시스템의 맹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역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새로운 검증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민수 재단 연구위원은 발제문 '신편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역사관과 향후의 전망'을 통해 "지유샤(自由社) 간행 교과서에 나타난 역사관은 천황중심사관과 침략주의사관, 독선적 문화우월사관으로 나눌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독선적 문화우월주의에 숨어 있는 은폐주의는 일본 학생들의 역사적 비판정신과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과서를 시대별로 나눠서 진행한 분석에서는 지유샤판이 2005년 후소샤(扶桑社)판의 판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유샤 교과서의 고대사 부분을 연구한 재단의 이재석 연구위원은 "고대사 관련 서술 부분은 한국 고대사의 시발점으로 낙랑군을 설정하고, 고조선과 발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등 기본적으로 2005년도 후소샤판 교과서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근세사를 분석한 서종진 재단 연구위원도 ▲한국병합을 합리화하고 ▲식민 지배를 근대화로 보며 ▲위안부 문제를 은폐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후소샤판에 비해 개선된 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유샤판이 역사 왜곡에 제동을 걸 만한 체계적 검증 시스템도, 후소샤판에 비해 개선된 점도 없지만 지유샤판을 계기로 일본의 역사 왜곡 경향이 더욱 굳어질 것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막말·명치 전기 서술의 특징과 문제점'을 분석한 재단의 이원우 연구위원도 "지유샤판 교과서가 특정한 역사인식에 맞는 역사적 사실의 강조는 있다 해도 사실 관계 자체의 오류는 거의 없는 편이다.

교과서로서 타사의 교과서와의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이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과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어, 일본사회의 우경화와 맞물려 장기적으로는 채택률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 연구위원도 "'새역모'와 문부성은 2001년 검정과 2005년 검정을 통해 교과서 기술 내용에 대한 일정한 합의를 이뤘고, 2009년 검정은 이를 확인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차기 검정에도 이러한 경향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재단의 김민규 연구위원은 '근대 대외관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윤유숙 재단 연구위원은 '중·근세 한국 관련 서술의 특징'을 주제로 발제한다.

종합토론에는 허동현 경희대 교수, 신주백 연세대 교수, 최덕수 고려대 교수 등이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