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함정 실제 대응기동..NLL, 中어선 '조업장'

"북방한계선(NLL)이 북한군에 비수(匕首)라면 우리 해병대는 비수의 날카로운 깔끝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서북도서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7일 공군 제6탐색구조 비행전대 소속 HH-47 헬기를 이용해 방문한 백령도와 연평도에는 여전히 남북한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병 흑룡부대 관측장교의 이런 다짐에서 드러나듯 백령도와 연평도를 사이에 둔 남북한 팽팽한 긴장감은 북한군 총참모부가 지난 1월 17일 대남 '전면대결 태세진입' 성명을 발표한 이후 최고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북지역 '충돌' 위험 상존 = 북한군은 지난 1월17일 성명 발표 이후 서북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지수를 극대화하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군의 도발 유형으로 우선 꼽는 해안포와 평곡사포 등의 포사격 훈련과 전투기 비행훈련 횟수를 예년이 비해 크게 늘린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체제 문제 등 내부적으로 복잡한 정치환경을 정리하기 위한 의도적 '연출'일 가능성도 있지만 해군과 해병대는 북한군의 이런 동향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북한은 강령반도와 옹진반도를 비롯,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섬에 배치된 사거리 27km와 12km의 130mm, 76.2mm 해안포, 사거리 17km의 152mm 평곡사포 실사격훈련을 예년보다 2배가량 늘렸다.

대부분 동굴진지에 숨겨진 이들 포는 레일을 깔아 전.후 5m가량을 움직일 수 있으며 완전 자동화되어 1분당 5~6발을 쏠 수 있다.

유사시 궤도형인 155mm 자주포까지 합세한다면 서북도서(島嶼)는 그야말로 '불바다'를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록 군사분계선(MDL)을 넘지는 않지만 북한 전투기의 위협비행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 전투기의 도발에 대비해 백령도에서 북쪽 64km 상공에 전술조치선을 설정해 놓고 있는데 백령도에서 가까운 황해도 과일비행장을 이륙한 전투기들이 지난 1월17일 이후 이 선까지 1천87회 근접하기도 했다.

전투기 비행에는 유지비 뿐 아니라 기름 소모량도 크기 때문에 그간 북한이 에너지난 해소보다는 군사용으로 유류를 비축해왔음을 방증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서북지역에서 유난히 군사적인 위협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북한군은 우리 군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맞대응하고 있는 등 팽팽한 긴장상태"라고 말했다.

◇"하루 1번씩 실제상황" = 백령도의 해병 벌컨포와 미스트랄(휴대용 지대공무기)진지에는 하루 한 차례씩 실제 비상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 전투기가 전술조치선에 근접하고 함정이 모습을 드러내면 해병 6여단에도 비상이 걸린다.

북한 전투기가 3~5분이면 백령도 상공에 도발하고 NLL까지의 거리도 2~3km에 불과해 함정의 기습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6여단 벌컨포진지에 근무 중인 이정하(25) 하사는 "하루 한 차례씩 실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매일 6시간 이상 훈련을 한다"며 "비상이 걸리면 내무실에서 나와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1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연평도에서도 북한 고속정의 상륙이 예상되는 '사항포' 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30분 출동대기부대'가 편성되어 있다.

자이툰부대가 사용하던 방탄 장갑차 9대와 K-4 차량 10여대, 병력 80여명으로 이뤄진 대기부대는 3분이면 현장에 도착해 적을 방어할 수 있다.

고속정 전진기지에서도 고속정 4척과 2대의 고속단정(RIB)으로 NLL을 지키고 있다.

특히 RIB은 NLL을 침범한 중국 어선을 나포할 때 동원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북한 화력지원정 1척이 장산곶 앞바다에 나타나자 우리 해군 고속정 2척이 장시간 실제 대응기동을 하기도 했다.

해병 관계자는 "북한 함정은 우리가 기동하면 곧바로 맞대응한다"면서 "상호 움직임을 주시하는 등 긴장감은 팽팽하다"고 말했다.

◇NLL은 중국 어선 '조업장' = 연평어장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은 100여 척에 달한다.

중국 어선단은 교묘하게 NLL을 따라 이동하다가 남쪽으로 슬쩍 내려와 우리 해경과 해군 함정의 동정을 살피며 조업을 하다가 출동시 재빨리 NLL 북쪽으로 올라간다.

NLL을 사이에 두고 10~20m 간격을 오르내리면서 해군과 해경 함정의 신경을 거슬린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연평도 앞 2.8km에 있는 북한 석도(소규모 무인도)를 자기들 땅인 양 점유하기도 한다.

해병 관계자는 "중국 선원들은 석도에 내려 텐트를 치고 숙영도 한다"며 "석도 해안가에서 쉬는 중국 선원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 어선에 조업료를 받고 '비표'를 제공하고 있으며 어선들은 붉은색 '오성홍기'를 달고 조업을 하고 있다.

(백령.연평도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