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일이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 밤에 빚어졌다. 금산분리 완화라는 동일 내용을 담은 은행법과 금융회사지주법이 분리 처리된 과정은 국회의 일처리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산업자본의 시중은행 지분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9%로 올린 은행법 개정안은 현 정부 들어 1년 이상 논의된 것이었다. 앞서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막바지 시간부족으로 처리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주회사 형태이기 때문에 금융회사지주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돼야 제대로 된 법이 된다.

그런데 본회의 표결 직전 한나라당의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반대토론에 나서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호소하면서 금융회사지주법은 부결돼 버렸다. 상임위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원내 지휘부가 일방적으로 수정안을 상정해 해당 상임위와 개별 의원들의 의사가 무시됐다는 논리였다.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은행법은 이미 의결(議決)된 뒤였으니 김 의원의 뒤늦은 반대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수정안을 만들어 놓고도 해당 상임위원장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여당 지도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만든 법안을 자기들 스스로 반대한 꼴이다.

회기 때마다 마지막날 자정 몇 시간 전에 본회의를 여는 벼락치기식 법안처리도 언제까지 되풀이할지 딱한 노릇이다. 이번에도 30일 밤 9시에야 본회의를 여느라 11건의 법안은 시간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날 밤 상황 그대로다. 법안에 대한 토론이나 심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면 또 모를까,수십건을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단순히 시간에 쫓겨 법안을 처리 못했으니 직무태만이라고 비판해도 할말이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