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한나라당의 선거 참패에 대해 친박계는 그리 싫지많은 않은 표정이다.아니 잘됐다는 게 솔직한 속마음이다.어차피 4.29 선거 공천을 주도한 게 친이명박계인 만큼 선거 참패의 책임은 고스란히 친이계의 몫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박근혜계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도 친박계가 선거참패가 싫지많은 않은 이유다.

한 친박계 인사는 “친박계 내부에선 (한나라당 선거 참패에 대해)표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면서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고 다닌다”고 했다.친박계로선 선거참패가 호재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좋아하긴 모양새가 안 좋다는 의미다.

친박계가 한나라당의 선거참패에 ‘샘통’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결정적 이유는 경주 공천문제다.당초 경주에선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친박계 정수성 후보가 공천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친이계인 정종복 전 의원에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친이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 전 의원을 공천했다.

당연히 친박계는 공천에 불만이 많았다.“이번 재선거를 집안싸움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친이계의 공천 실패”라는 것이다.경쟁력있는 인사를 친박계라는 이유로 공천을 주지 않은 마당에 친이계 후보를 도울수는 없다는 게 친박의 입장이었다.

친박계가 선거내내 뒷짐을 졌던 배경이다.선거의 여인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아니 이상득 의원의 정수성 후보 사퇴 압력 논란이 벌어지자 “우리 정치의 수치”라는 한마디로 정수성 후보에 사실상 힘을 실어주었다.승부는 이걸로 갈렸다.

친박계는 이번 참패를 자업자득 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공천실패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정수성 후보를 공천했으면 친박계가 나서 선거를 도왔을 것이고 그렇게 됐으면 한나라당이 전패를 면했을 뿐 아니라 의석을 하나정도는 추가했을 것이라는 게 친박계 생각이다.

특히 친박계가 친박계 정수성 후보의 승리를 내심 기뻐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대구 경북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거듭 확인했다는 점이다.경주선거가 박근혜와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상득 의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만큼 정 후보의 승리는 박 전 대표가 이 의원에 완승을 거뒀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결국 한나라당의 선거 참패는 친박계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느 점을 친박계는 즐기고 있다.당장 친이계로만은 원할한 정국운영이 어렵다는 점에서 친박계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다.친박계 포용론이 다시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친이계 원내대표 출마자들이 너도나도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인사에 정책위 의장(러닝메이트)을 제의하는 등 친박계의 굳건한 입지가 확인되고 있다.친바계 원내대표론이 다시 부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친박계가 선거참패에 표정관리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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