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문가들은 29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에 대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사죄"라는 비현실적 조건을 내걸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대외 협상에서 `새판짜기'를 시도하는 수순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대외.대남 강경노선을 고수하면서 성명에서 밝힌 대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나가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주변의 긴장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북미 직접대화나 핵문제 등에서 뭔가 성과를 거둬야 하는 조급한 상황인데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무시전략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최대치를 쏟아냈다.

국방위원회가 보강되는 등 북한 내부의 강경 분위기가 이런 흐름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대화보다는 강경으로 끌고 가야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내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최대한 판을 키우고, 벼랑 끝으로 몰고 가서 큰 한판 승부를 하려는 일환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이나 북한기업 제재 등은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닌데, 이를 구실로 상황을 극단으로 끌고 가서 대반전을 모색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의 태도는 대외 부문의 강경 흐름으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전통적 방법이기도 하다.

대남 부문에서도 지난 21일 남북 개성접촉 이후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당분간 대외.대남 부분에서 강경모드로 가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을 지켜보려 할 것이다.

억류된 미국 여기자 문제와 우리 개성공단 유모씨 문제의 조기 해결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북한은 그동안 치밀하게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과 행동을 해 왔다.

현재 북한은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성명은 북한의 핵무장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제까지 선언한 것들을 대부분 실행해왔기 때문에 2차 핵시험 준비 과정에 나설 것이다.

내부 결속을 위해서도 필요한 상황이다.

후계구도 문제도 있어 내부적으로 이런 긴장 국면이 필요하다.

이번 성명은 대미 협상용의 성격도 있지만 체체 속성상 향후 1∼2개월 정도는 이런 긴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다가 극적 반전을 노려 북한이 억류 여기자 문제의 해결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예와 같은 팁을 미국에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과정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북한이 현 단계에선 대미 협상보다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최대한 공고히 확보한 다음에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5자, 6자회담의 차원을 넘어 새판을 짜고 협상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참여국의 문제를 넘어 질적으로 새로운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과거 미국과 단계별 협상을 진행해 본 결과 별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자신들의 최대치를 보여준 다음에 그 기반에서 협상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까지 본격 추진해 핵억제력을 최대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핵 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2012년 달성을 목표로 내건 `강성대국'의 핵심 요소가 군사강국 실현이고, 그 핵심은 핵 보유이므로 향후 협상이 잘 안돼도 2012년까지 끌고 가면서 내부 결속, 단합을 이루고 후계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강경한 입장 표명이다.

성명을 실현하는 데 기술적 준비는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은하 2호가 2단 미사일로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 만큼 그걸 약간 손봐서 개발할 수 있다.

핵시험도 이미 한번 해봤고 시설도 있으므로 준비에서 시험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향후 한반도 주변에서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 전개될 것 같다.

일단 북한의 강경한 태도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밝힌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시험, 경수로, 우라늄 농축 등은 모두 유엔 결의 위반이므로 유엔 안보리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