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제한' 시정 인권위 권고 거부당해

행정인턴 자격을 나이와 학력으로 제한한 것을 놓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부.행정안전부 등 행정기관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은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의 권고 내용을 공개적으로 묵살해 인권위가 무력화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27일 정부가 행정인턴을 채용하면서 `학력을 전문대 졸업 이상, 나이를 만 29세 이하'로 제한한 것을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행정인턴은 각급 행정기관에서 월 100만원가량의 보수를 받고 최장 1년간 근무하면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제도로, 정부는 청년 미취업자 고용 확대 등을 위해 대상을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의 '전문대 이상 졸업자'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만 29세 이하 전문대졸 이상 학력자들을 위한 실업해소 정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국가가 스스로 사용자가 돼 학력과 나이를 제한하면서 인턴을 모집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인턴 업무가 반드시 전문대 이상 학력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으며, 부처에 따라 특정지식이 요구되는 업무가 있더라도 이는 별도의 채용과정에서 검증할 수 있으므로 모집 단계부터 학력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 같은 판단을 앞세워 행정인턴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현재 시행 중인 인턴십 운영 계획 및 지침을 고쳐 학력 제한 등을 두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노동부와 행안부는 행정인턴의 나이 등에 제한을 두는 것은 합법적인 것으로, 차별행위가 아니라며 인권위 발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노동부는 이날 "지난 3월22일부터 시행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령을 이유로 하는 차별은 합리적 이유 없이 이뤄진 때에만 성립한다"며 "행정인턴의 나이 제한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어 "연령 이외의 다른 기준으로 행정인턴을 모집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나이 제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청년이 아닌 이들의 공무담임권이나 고용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는 청년실업해소특별법 등에 근거해 지원하는 경우 연령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연령차별금지법 조항을 들어 행정인턴의 나이 제한이 합법적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노동부의 의견을 근거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행안부는 아울러 인권위가 지적한 학력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행정인턴의 학력요건을 폐지하면 대학 재학생 등도 지원하게 돼 졸업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박성민 장재은 기자 aupfe@yna.co.krmin76@yna.co.kr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