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각당에선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방법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민주당 탈당, 한나라당 계파갈등이라는 대형 이슈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몇가지 관전포인트가 있다는 것.
이번 선거가 한두 곳도 아닌 5개 지역구에서 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거 결과를 놓고 여러가지 민심의 추이를 읽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소속 돌풍 = 현재 무소속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거나 경쟁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곳은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경북 경주 등 세 군데다.

무소속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기세를 올리는 울산 북구까지 포함한다면 5개 지역구 가운데 4곳에서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 민주당이 위협받는 셈이다.

이 같은 무소속 돌풍은 기성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실망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야 각당 지도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싸늘한 시선이 기존 정당을 탈당했거나 기존 정당에서도 비주류와 가까운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에 원동력이 됐다는 것.
무소속 돌풍이 현실화될 경우 각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각 지역구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후보들을 공천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역학구도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흥시장 보궐선거 = 시장 선거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국회의원 선거에 못지않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5개 지역구 가운데 유일한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과 함께 이곳의 선거결과가 수도권 민심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시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각 당에 전략적으로도 적지않은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시흥은 민주당이 각종 선거에서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왔던 수도권 서남 벨트의 출발점이다.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수도권 취약지역에서 근거지를 마련하는 의미가 있고, 민주당이 승리할 땐 지난 총선 당시 수도권 패배의 충격을 완전히 털어내고 지방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 때문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시간을 쪼개가면서 시흥을 방문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호남 득표율 10% 달성 여부 = 전주 덕진과 전주 완산갑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목표는 두자릿수 득표율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시행되는 각종 선거에서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18대 총선에선 전주의 옆 지역구인 진안.무주.장수.임실과 고창.부안에서 10%대 득표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호남권에선 전반적으로 한자릿수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이 정 전 장관의 탈당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만큼 호남권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하락한다는 것이 곧바로 한나라당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자릿수 득표율 달성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