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이 보내온 서면질의서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낸 질의서는 A4용지 7장 분량으로 20여개 질문이 담겨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검찰로부터 이메일로 받은 질의서를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구체적인 답변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문 전 실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의껏 답변서를 쓸 것"이라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는 조사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처지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직하게 쓰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답변서 작성에는 노 전 대통령을 중심축으로, 문 전 실장,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진국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이 조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변호인과 협의해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서면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검찰의 조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문구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쓰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을 가장 잘 설명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답변서에 담길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명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정상문 전 비서관의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해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인데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 자신과 무관하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전달한 100만달러, 3억원에 대해선 권양숙 여사가 `미처 갚지 못한 빚'을 갚기 위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받았다는 해명을 재확인하고, 용처에 대해서는 채권자들의 피해를 우려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과 조카사위 연철호씨간 500만 달러 거래에 대해서도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지만 성격상 투자"라는 설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답변서 제출시기에 대해 "되는대로 검찰과 협의해 보내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하고 있지만 이르면 이번 주말께 완성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높다.

한편 노 전 대통령측은 노 전 대통령 내외가 2006년 회갑을 맞아 박 회장으로부터 고가의 명품시계를 선물받았다는 보도와 관련, 검찰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문 전 실장은 "필요하다면 확인해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검찰이 사건 본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까지 왜 흘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망신을 주자는 것일텐데 참으로 비열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라디오에 출연,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보복"이라며 "이는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다. 물증없이 소환 한다면 엄청난 반발을 불러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