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남북당국 간 접촉에서 가장 역점을 뒀던 것은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씨 접견이었으나 북한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북측이 유씨의 신변안전과 접견권 · 변호권 보장을 거부함에 따라 이번 억류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정부는 유씨 억류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할 뜻을 밝혔다.

유씨는 현재 24일째 억류돼 있다. 북한에 억류된 경우 중 최장 기록(9일)을 갈아치운 지 오래다. 북한이 유씨를 장기 억류하는 것은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측이 접견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기소방침 등을 밝히지 않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북당국 간 본접촉이 북측이 요구한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서 열린 것 자체가 북측이 유씨에 대해 기소방침을 밝히거나 간첩죄 혐의를 뒤집어 씌우지 않겠다는 사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억류는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유씨에게 최악의 결정은 내리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물론 남북 간 접촉에서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음에 따라 유씨 억류문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 측은 7차례 예비접촉과 본접촉에서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 및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발전 등에 대해 언급했다"며 "사실 본접촉이 저녁 늦게 열리게 된 이유도 유씨의 접견권 등을 요구한 우리 측 요청에 북측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압박을 위해 개성공단 재검토란 첫 카드를 사용한 만큼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와 유씨 억류 등 남은 카드를 적절한 시점에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 유씨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북한에 억류돼 있는 유씨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답해 이 문제를 국제사회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