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한 당국자가 남북 현안 논의를 위해 21일 북한 땅을 밟는다.

우리 정부는 20일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을 비롯한 7명의 방북 계획을 북측에 통보했다. 이들은 21일 오전 9시 차량편으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출발,공단으로 간다. 북측 인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북에서 개성공단을 총괄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김일근 총국장 또는 박명철 제1부총국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접촉 장소는 공단 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사무실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카드는

남북 간 당국자 접촉을 하루 앞둔 20일까지 북한이 통보한다고 밝힌 '중대 사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의 움직임과 지난 18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문답 내용 등을 볼 때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내용을 우리 정부에 통보하고 별다른 협의 없이 접촉을 끝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와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태 등과 연계해 개성공단 전면 차단을 포함한 강경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북한은 서해상 군사 도발 등의 추가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 당국자의 방북을 처음으로 허가했다는 점에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 등 예상밖의 '선물'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남북 21일 '개성공단' 놓고 담판
◆PSI 전면 참여는 어떻게 되나

정부가 21일 남북 간 당국자 접촉 이후로 연기한 PSI 전면 참여 선언은 상당기간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계획에 없던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하고 PSI 전면 참여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회의에서 유씨의 즉각적인 신변 인도와 개성공단 유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확인됐다"면서 "PSI 전면 참여 시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PSI 전면 참여 문제로 북한을 자극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PSI 전면 참여와 개성공단 문제를 연계하는 상황에서 PSI 전면 참여를 바로 선언하기에는 정부의 부담이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제무대 남북 첫 대면

남북은 오는 27~30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리는 비동맹 조정위원회 각료급회의를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대면한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며 이를 '최종 문서'에 반영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비동맹 회원국인 여러 우방을 상대로 북한 주장의 부당성을 설명하며 이를 저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구동회/박수진/장성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