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회장 아니라면 대통령 아닌 파산자 됐을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오랜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횡령 및 탈세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 "강 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무일도 없어요'라고 말해 안심했는데 다시 덜컥 구속돼 버렸다.

이번이 두번째"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강 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를 비롯해 강 회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돌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의 구속에 대한 안타까움을 "할 말이 없다", "부끄럽고 미안하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이날 글은 구속된 강 회장이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대검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올린 것이어서 강 회장에 대해 또다른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이 자신의 측근에게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는 돈을 주지 않았다", "지난 5년간 사업을 늘리면 대통령 주변사람을 도와줄 수 없어 일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소개한 뒤 "미안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원외시절 손댔다가 결국 빚잔치로 끝난 `장수천' 사업과 관련, "장수천 사업에 발이 빠져 돈을 둘러대느라 정신이 없던 때 (강 회장을 알게 됐고) 자연 자주 손을 벌렸다"며 "강 회장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됐을 것"이라고 언급,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이던 2002년에도 장수천 빚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당한 도움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활동을 위해 강 회장이 70억원을 투자한 ㈜봉화의 설립배경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내 생각에는 생태마을이 중심에 있었고, 주식회사 봉화가 생겼다.

이름이 무엇이든 우리가 생각한 것은 공익적 사업이었다"고 말해 퇴임 후 활동계획에 대해 강 회장과 모종의 사전 논의가 있었음을 밝혔다.

그는 "강 회장은 퇴임 후 바로 재단을 설립하자고 주장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강 회장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는 것이 미안하고 모양도 좋지 않으니 출연할 사람들을 좀더 모아하자는 의견이었다"며 "그런데 퇴임 후 바로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각종 조사와 수사가 시작되고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도 시작되니 아무 일도 시작할 수 없었다"며 재단 표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나는 (퇴임 후) 사람들에게 가급적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사업하는 사람들은 오겠다는 사람도 없었다"며 "이런 봉하에 강 회장은 매주 하루씩 다녀갔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