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의 기조강연은 당장의 위기 극복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곤란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요즘의 경제 · 금융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쳐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해야 미래의 위기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유주의에 공동체주의 가미

박 수석은 "정부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규제의 최소화,자유무역 시장 존중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보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노선이 퇴조하고 있는데 규제 개혁과 같은 기존의 기조가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것과 경제위기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조치를 지금해야 하는가 하는 두 가지 질문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목욕탕론'으로 설명했다. "비수기에 목욕탕을 수리하지 않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한다는 주장과 비수기 때 목욕탕을 수리해 사회 전반의 효율을 제고하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 오바마 정부의 정책기조가 좌측으로 한두 클릭 옮긴 상황인데 이명박 정부의 개혁 기조도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도 했다.

박 수석의 결론은 위기 극복이 절실하지만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점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 정부가 좌측으로 일부 이동하더라도 많이 가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 정부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고 해도 결코 미국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현재는 유가 · 금리 · 원화 · 집값의 4저 현상을 맞고 있지만 어느 한순간 이들이 4고 현상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확실한 기초체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개혁작업을 멈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 수석은 "지금 우리는 깔딱고개의 초입에 있다"며 "준비 없이 맞이하는 위기 이후야 말로 정말 위기이기 때문에 착실한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선진화,정부 의지 확고

박 수석은 공기업 선진화,규제 개혁,작고 유능한 정부로의 개편,농 · 수협 개혁,수도권 · 지방 상생발전 등을 공공부문의 핵심 개혁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박 수석은 "공기업 선진화에 대해 일각에서 추진 시기 조정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며 "공기업 지분 매각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지만 준비는 다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 개혁과 관련,"서비스 산업,노동시장,물류 및 농업 분야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2차 농협 개혁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본부 조직 20% 이상 슬림화,직원 1000명 이상 감축,중복 자회사 통합을 비롯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간 부문의 개혁 과제로 녹색 성장,신성장동력 확보,서비스산업 선진화,노사관계 선진화,교육 개혁,법 · 질서 확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는 이른바 '프로그래스'라는 추진전략에 의해 서비스 산업 규제를 풀 것"이라며 "조만간 차례차례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복수 노조,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해선 상반기 중 노 · 사 · 민 · 정이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과제 실천의 우선 과제와 관련,"영국의 금융개혁처럼 한꺼번에 몰아치는 빅뱅으로 하든지,일본의 우정개혁처럼 뇌관을 터뜨려 파급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며 숙제로 남겨놨다.

홍영식/박민제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