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 비확산노력 동참.한미공조..北 강력반발 예상

정부가 14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참여키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WMD 확산을 차단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03년 5월 미국의 주도로 11개국이 PSI를 발의한 뒤 국제사회로부터 가입을 요구받아왔지만 그동안 PSI 훈련을 참관하는 등 제한적으로만 관여했을 뿐 전면참여는 유보해왔다.

PSI 참가국들이 WMD확산 경계대상 중 하나로 북한을 지목해왔기 때문에 대북포용정책을 내세워온 전임 노무현 정권으로선 가입할 경우 북한을 자극, 남북관계를 대결국면으로 치닫게 하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북한이 미사일 수출은 물론 핵무기 관련 기술을 제3국으로 이전했다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정부는 PSI 전면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 당국자는 "PSI는 WMD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공조를 구체화하기 위한 느슨한 형태의 국제협력체"라면서 "WMD의 확산을 방지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춘다는 점에서 더이상 가입을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5년여 동안 전세계에서 94개국이 PSI에 참가함으로써 PSI가 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의체로 자리매김한 점도 정부로선 더이상 전면참여를 유보하기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현재 PSI에 가입한 94개국은 아시아 지역 15개국, 아프리카.중동지역 16개국, 유럽 및 구소련지역 53개국, 미주지역 10개국 등 전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WMD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PSI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도 정부의 전면참여 결정을 서두르게 한 요인이 됐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PSI를 제도화하겠다고 의욕을 표명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런 상황에서 PSI체제 밖에 머물러 있을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소외될 수도 있어 전면참여를 적극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PSI 전면참여 결정은 WMD 확산을 막겠다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공동의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 가능한 로켓 발사를 강행, WMD 확산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커짐으로써 PSI 전면참여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PSI 전면참여 방침을 정하고 미국 등 관련국과 가입절차 등에 대해 협의하면서도 이를 공식화하는 시점을 놓고 저울질해왔다.

PSI 전면참여 문제가 북한의 로켓 발사 국면과 맞물리면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감정적 대응조치'로 진의가 잘못 전달될 수 있음을 우려, 적절한 시점을 고심해왔던 것.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PSI 전면 참여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사례일 뿐, PSI 전면참여 결정의 직접적 근거는 아니다"면서도 "북한의 로켓 발사로 국민들에게 PSI 전면 가입 필요성이 널리 이해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PSI 전면참여를 공식화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 정부에 대해 PSI 전면참여를 선언하면 대북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다.

더욱이 정부의 이번 PSI 전면참여 결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의장성명 발표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 절대 불참, 핵불능화 원상복구 등을 선언하며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이뤄져 반발의 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PSI 전면가입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PSI 전면가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당은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남북관계 경색을 몰고 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