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달러의 사용처가 규명되지 않더라도 노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3일 "권양숙 여사가 11일 조사받을 당 시 100만달러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진술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받은 돈의 용처를 규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노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과 같은 취지로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고 진술하면서도 "상대방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사용처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은 하지 않았다.

권 여사가 채무 변제를 위해 100만달러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용처를 스스로 밝히지 않았음에도 검찰은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용처에 대한 진술은 권 여사의 `채무 변제'라는 진술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일 뿐,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100만달러가 전달된 것으 로 파악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노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하는데 이 돈의 용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뇌물 사건에서 범죄 구성요건은 받은 금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와 상관없이 실제 금품수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수한 금품이 또다른 범죄를 위해 어딘가에 건네졌다면 그 사용처를 조사할 필요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검찰은 100만달러를 건넸다고 하는 박 회장 뿐만 아니라 이를 받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수수' 사실을 시인하고 있고, 정 전 비서관과 노 전 대통령을 `뇌물 공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미 범죄 구성요건을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100만달러가 국내에서 환전된 흔적을 찾지 못했고 모두 현금이어서 현실적으로 돈의 행방을 쫓기도 어려워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용처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한 용처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따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에 대한 계좌추적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1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그에게 전달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받은 3억원과 권 여사에게 전달된 100만달러에 대해서는 그 성격을 달리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3억원과 100만달러가 모두 권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했지만, 검찰은 100만달러는 노 전 대통 령의 지시로 정상문 전 청와대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이고, 3억원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뇌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