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달러, 노건호와 무관"

참여정부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2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100만달러 외 에 나머지 3억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지난 9일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때 이런 내용을 담은 사실확인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2006년 8월 현금 3억원, 2007년 6월 100만달러를 받아 이 중 3억원을 개인 몫으로 챙기고 1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 전 실장은 11일 권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조사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조사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이 언론에 밝힌 범위 내에서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권 여사는 이번 일에 대한 자책감과 걱정 때문에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라며 "검찰이 이런저런 배려를 해줘서 제가 변호인으로 입회한 가운데 조사를 받았고, 중간중간 몇 번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13억원의 용처에 대해 차용증이나 영수증 등 증 거자료를 제출했느냐는 질문에는 "없는 것같다"고만 짧게 대답했다.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가 13억원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뒤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기운이 다 빠져 탈기(脫氣) 상태까지 갔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심한 허탈감에 빠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 전 실장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박 회장과 연철호씨간 500만달러 거래에 연루된 의혹과 관련, "건호씨가 연씨와 함께 만나거나 움직이거나 한 사실이 있을지는 몰라도 직접 관련은 없다"며 "5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건호씨와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호씨가 연씨가 세운 `타나토인베스트먼트'의 실질적 대주주라는 의혹에 대해 "제가 세부적인 내용을 다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설명하긴 어렵다"며 "연씨가 검찰에서 설명했을 것이고, 건호씨도 조사를 받으면 설명이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7월1일 미국 시애틀에서 유학중인 아들 건호씨를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남미로 가기 위해 시애틀을 경유했다는 것은 다 아 는 일로, 새로운 사실이 전혀 아니다"며 "그 때 건호씨나 가족을 만났다는 것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그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100만달러를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검찰 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권 여사가 받은 것이라고 밝혔는데 왜 자꾸 노 전 대통령이 부탁해서 받은 것처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