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승부 불투명…鄭복당 놓고도 갈등 예상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결국 4.29 재보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의 재보선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로써 덕진은 정 전 장관과 민주당 김근식 후보 간의 사실상 '집안 싸움'으로 치러지게 됐다.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맞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9대 호남 지역구 포기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고 출마 재고를 당부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정 대표의 `회심의 카드'는 현실적으로 빛을 잃게 됐다.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따라 이번 재보선을 `MB정권 중간평가 내지 심판' 구도로 치르려던 민주당의 당초 구상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정세균-정동영' 대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만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게도 구럭도 잃는 잔인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당초 민주당은 '정권 실정의 평가'를 이슈로 전주 완산과 덕진에서의 개혁공천을 통한 '바람'으로 승부, 승부처인 인천 부평을에서 승리하고 향후 입법대치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지난달 22일 덕진 출마를 선언하고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이러한 전략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 전 장관의 출마가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당의 전국정당화를 가로막아 수도권 승부에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해 그의 덕진 출마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당에 도움을 주고싶다"며 출마를 고수했고 당내 찬반이 엇갈리면서 공천 갈등은 내홍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더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부정적 유산이 당의 재보선 가도에 암초로 등장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의 공천 갈등과 노 전 대통령의 연루 사태는 그간 잠잠했던 비주류들에 공간을 열어주는 양상이다.

비주류 3선인 이종걸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을 궁색한 논리로 공천배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수사까지 받게 된 상황에서 당의 전면 쇄신은 불가피하다"며 "정 대표와 친노로 상징되는 당 간판의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대표 지도체제로는 재보선은 필패가 명백하다"면서 "지도부의 리더십은 이미 파산 상태로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로 재보선을 돌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런 악재를 극복하고 민주당이 재보선을 이기면 그것이 이상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정 전 장관의 덕진 무소속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민주당이 인천 부평을에서 승리한다면 별문제는 없겠지만 만약 부평을에서 패배할 경우 정 대표는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 전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잠시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 할 것이며 반드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리겠다"며 당선후 복당 의지를 밝힌 것도 큰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장관이 복당을 추진하고 비주류들이 그의 편에 서게되면 전면적인 당권 투쟁의 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강병철 기자 shin@yna.co.kr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