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국방위서 후계수업 가능성..장성택 후견자로 국방위 진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를 통해 출범한 김정일 3기체제는 한마디로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를 후계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춰 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지난 1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삼남 정운의 세습후계체제 구축 준비를 도맡은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처음으로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진입한 데서 이 점이 드러난다.

1964년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10년간 노동당 말단 직책에서부터 후계수업을 쌓은 김 위원장과 달리 정운은 나이가 26세에 불과할 뿐 아니라 정치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후견자 없이는 후계자 위상을 굳히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운을 후계자로 제청한 '믿을 수 있는' 장 부장을 국방위원에 앉히고 다른 국방위원과 군부 요직을 '장성택 라인'으로 교체함으로써 장 부장을 중심으로 정운의 후계체제를 안착시키려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2월 국방위 부위원장에 오극렬, 인민무력부장에 김영춘, 군 총참모장에 리용호를 임명했고, 박명철 전 체육지도위원장을 국방위 참사로 임명하는 등 국방위의 구성원과 군부 인사를 단행했고 이번 회의를 통해 추인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번에 국방위원에 새로 선출된 인물 중 우동측은 장 부장 휘하에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의 사실상 수석 부부장으로, 부장과 제1부부장이 공석인 보위부를 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이면서도 김정운 후계체제 구축을 주도하는 장성택과도 절친한 `장성택 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정일 3기체제는 장성택 부장을 중심으로 한 국방위원회가 주축이 돼 빠르면 강성대국 건설 목표해인 2012년까지 김정운 후계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아직 개정 헌법의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헌법 개정은 이러한 목적의 국방위원회의 기구 개편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은 1972년 12월 제5기 1차회의를 통해 주석제를 신설, 김일성을 국가주석으로 추대하는 대폭적인 헌법 개정을 한 뒤 이듬해부터 김정일 위원장 후계체제의 본격 구축에 나섰다.

김정일 3기체제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북한이 헌법을 개정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 후계구도 구축을 서두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위원회는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북한 최고의 지도기구로 규정됐으나, 초기엔 다른 직책을 겸임한 위원들의 비상설체로 운영되다 2003년 이후 권부 핵심실세들이 전임으로 자리를 채우기 시작해 상근기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결국 국방위가 김정운의 후계구도와 맞물려 노동당에 버금가는 실질적인 기구로 체제를 갖춰나가면서 현재 아무런 공식 직책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운이 국방위에서 일정한 직책을 맡아 후계수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 노동당을 중심으로 자신의 후계체제를 구축하고 공고화했다면 김정운은 국방위원회에서 직책을 맡아 국방위를 주축으로 후계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위원회와 달리 내각은 전승훈 부총리가 오수용 전 전자공업상으로 교체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평양시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위해 수도건설부가 내각에 새로 생겨 눈길을 끌었다.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2004년 업무정지 처벌에서 풀려나면서 새로 생긴 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의 제1부부장을 맡았었는데 그가 행정부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관련 업무를 내각에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들로 인해 김정일 3기체제에서는 장성택 부장의 입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업무를 보좌하는 장 부장이 국방위 진입을 통해 앞으로 대외, 대남 사업 등 외교 전반도 직접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그는 오바마 미 행정부와의 대화와 협상에 주력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해외투자를 이끌어내 경제난 해결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한 정부에 대해선 이미 조평통이 밝힌 대로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현재의 강경모드를 유지하면서 남한 진보세력의 반정부 투쟁 선동에 초첨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