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가장 후진적이라는 이유를 들어와서 보니 알겠더라.'

18대 총선 1년을 맞은 초선 의원들이 9일 쓴소리를 쏟아냈다. 쇠고기파동과 입법전쟁,국회 폭력사태 등 우여곡절 많은 한 해를 보낸 의원들은 입법과정의 비효율성과 지나친 '당론 중심주의',여야의 무한대립을 '3가지 구악(舊惡)'으로 꼽았다.

우선 법안 심사 과정이 '너무 더디다'고 지적했다. 전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이용섭 민주당 의원(광주 광산을)은 "주말도 없이 일해 법을 내놔도 심의과정은 거북이 걸음"이라며 "그동안의 행정 경험으로 차라리 다른 일을 했다면 국회보다 몇십 배는 생산적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통인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규제완화법안,부동산 세제,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놓고 밤새워 심의해도 시간이 모자란다"며 "시급한 경제 관련법을 남겨놓고 한 달 휴회할 때는 손발이 잘린 듯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8대 들어 발의된 4506건의 법안 중 처리된 것은 1447건에 불과했다.

개인 소신을 무시한 당론 중심의 국회운영도 불만으로 꼽혔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부산 사상)은 "좋은 법이라도 당론과 다르면 보이코트되고 심지어 쟁점법안과 '패키지'로 처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임위 중심으로 무한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극심한 여야 대결을 지적했다. 그는 "교섭단체 간 대화 자리를 만드는 것부터 어렵고 물밑 협상도 뜸했다"며 "국회가 열릴 때마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당론을 지키겠다며 폭력을 휘두르고 입법질서를 무시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8일 국회 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조사 결과 초선이 매긴 국회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39점으로 그친 데 초선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유미/민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