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 짤막한 공식 입장 발표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을 수사하는 데 참고하겠다"면서 "글에 나온 내용에 대한 수사 여부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조사 이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이 2005~2006년 재직 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수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이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정 전 비서관의 진술과 맞춰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입장을 먼저 검찰에 개진하는 등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달러,정 전 비서관이 수수한 수억원,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봉화에 투자한 70억원 등 박 회장의 비자금이 노 전 대통령 측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실상 수사가 끝난 게 아니냐"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스스로 양심선언을 하고 검찰 조사까지 받겠다고 한 이상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자금 일체를 스스로 진술하는 등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향후 검찰수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PK(부산 경남)지역 정치인 관료와 중앙정치인 등에 대한 마무리 수사 등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회장의 비자금 저수지인 APC의 계좌자료를 최근 확보한 데다 박 회장의 최근 5년간 전체 자금거래 내역 3조5000억여원,4700여 계좌를 이잡듯이 뒤지며 박 회장의 비자금에 대한 전체 규모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APC 자금거래 분석을 이르면 이번 주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결국 부인할 수 없는 자금거래내역이 곧 확보되는 데다 관련자들이 모두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어 '박연차 리스트'의 전말이 곧 공개된다는 의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