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수억 원에 대해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혀 검찰 조사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게 됐다.

앞서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본격 착수한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받은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 몫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사실상 사건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태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이 돈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번번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관련 의혹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온 게 사실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인 박 회장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007년 8월 모처에서 만나 퇴임 이후 노 전 대통령을 도울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다.

검찰 역시 세간에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정 전 비서관을 체포한 데 이어 강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검찰 칼날은 빠른 속도로 노 전 대통령으로 접근해갔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결국은 노 전 대통령까지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구속.체포하면서 서서히 `봉하마을의 핵심'을 향해 진행되는 가운데 이날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사실을 전격적으로 시인했다.

따라서 과거에 되풀이됐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소환 시기 문제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해 진술하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겠다"며 검찰 조사를 기정사실화했다.

따라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이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직접 소환조사할지, 아니면 방문조사 등의 방법을 택할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자진 출두하는 형식으로 조사를 받을지, 노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될지 등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이 이미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진술 내용에 따라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PC 계좌가 최근 도착해 분석 중인데다 박 회장이 연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와의 관련성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이 강력 부인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의혹 규명이 이뤄진 뒤 노 전 대통령이나 권 여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별도로 권 여사가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에게도 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 글은 수사에 참고하겠다.

글에 적힌 내용에 대한 조사 여부는 정 전 비서관 조사를 마친 뒤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