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6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언급하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강경주의자가 아니다"며 대화의 문도 열어놨다. 반면 김 위원장은 로켓 발사에 대해 '대만족'을 표시하는 등 성취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3당 대표 조찬 회동,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주요 상임위원장 오찬 회동 등을 잇달아 갖고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한 초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강온 양면 전략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PSI 참여는 적극 검토되고 있다. 늦추고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PSI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걸로 의심되는 선박을 검색하는 조치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를 고려해 정식 참여가 아닌 옵서버 자격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직접 참여 언급은 북한으로선 상당한 압박 요인이다. 다만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계없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및 테러 방지 등 국제 협력 차원에서 검토돼 왔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차원이다. 이와 함께 "나는 강경주의자가 아니다. 실용주의 입장에서 북한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은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발사 당일 한 달간의 은둔에서 벗어나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았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로켓 발사를 지켜본 뒤 "대만족"을 표시하면서 "다단계 운반로켓도,인공지구위성도 100% 우리 과학자들의 지혜와 기술로 개발해 단 한번의 발사로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킨 것은 주체적인 과학기술의 자랑찬 위력의 과시"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1998년 '광명성 1호',2006년 '대포동 2호' 발사 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만큼 이번 로켓 발사에 큰 기대를 걸었음을 시사한다. 로켓 발사를 계기로 9일 열리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제3기 김정일 체제 출범의 명분으로 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홍영식/장성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