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서방과 중.러 '사실관계 인식 격차'
새 제재 통과 난망..기존 제재 실행에 무게둘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로켓 대응 첫 날 회의는 예상대로 별무소득이었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서방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로켓 발사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비난하면서, 강도높은 새로운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예상대로 북한 편을 들고 나섰다.

북한의 주장대로 인공위성이라고 한다면 결의안 위반이라고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따라 향후 안보리 협의는 양 측 간 신경전 속에 팽팽한 기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물론, 중.러도 노골적으로 북한이 "잘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1718호의 내용 가운데 탄도미사일 개발을 금지하는 조항이 명백히 들어 있는 이상, 북한의 로켓 발사가 그들의 주장대로 통신위성이 아닌 핵탄두 운반을 목적으로 한 로켓 실험일 것이라는 우려에서 이들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위성발사라면 그동안 전세계 각국이 해왔던 우주탐사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장예수이(張業遂) 중국 대사가 "안보리의 대북 조치들은 신중하고 형평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동북아 지역은 물론, 미국까지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미국.일본 등과는 상황인식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결국 안보리 비공개 협의는 맞선 주장 사이에서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면서 어느 수위에서 접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지난 북핵실험때는 상황 발생 6일만에 안보리 결의가 채택됐지만, 외교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은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차로 인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논의가 일주일 이상 장기화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미.일 역시 안보리에서 비토권(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러가 반대할 경우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은 어렵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우회 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미.영.프 등 서방 진영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새로운 결의안 채택 보다는 기존 1718 결의의 제재 조항을 즉각적으로 실현에 옮기는 현실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기존 제재 조항 가운데 유명무실화되어 온 것들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무기금수, 자산동결, 여행제한 등을 망라하는 기존 제재안이 실행에 옮겨 진다면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이날 전체 회의가 끝난 뒤 미.영.프.중.러 등 상임이사국과 일본 등 핵심 관계국이 참여하는 `소그룹 회의'도 가졌다.

안보리는 수시로 전체회의와 소그룹 회의를 열어 조속한 만장일치 결론 도출을 시도할 예정이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