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러 등 관련국과 긴밀협의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5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등은 북한이 발사를 예고한 이틀째인 5일 오전 로켓의 상단 부분 덮개가 벗겨지고 로켓 탐지.추적 레이더가 본격 가동하는 등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자 각 부처별로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먼저 청와대는 국가위기상황팀을 중심으로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한 채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으며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시각각 변하는 북한의 동향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로켓 발사지점인 함북 무수단리 부근의 통신량이 급증하는 등 발사징후가 포착되자 이 대통령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애초 오전 11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이 회의를 NSC로 긴급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서 오전 10시부터 권종락 제1차관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각 실.국장 등 외교부의 핵심 관련 당국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北로켓 대책회의'를 주재하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전 10시45분께 급히 청와대로 달려갔다.

이 대통령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유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이상희 국방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20분께부터 NSC를 주재했으며 회의가 시작된지 10분이 조금 넘은 시점에 김태영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의 로켓 발사 사실을 보고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태영 의장이 대통령에게 북한 로켓 발사 사실을 보고한 시간은 북한이 실제 로켓을 발사한 오전 11시30분 15초가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면서 "거의 '리얼타임(실시간)'으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은 즉시 이 대통령에게 전화로 이를 보고했으며 비슷한 시간대에 정부 각 부처도 각각의 한.미 채널을 통해 긴밀히 정보를 교환하며 동시다발적으로 북한 로켓 발사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향후 정부 대책을 논의했으며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당국자들도 점심을 사무실에서 해결하며 한.미 채널을 가동한 채 준비했던 대응 조치를 차례로 해 나갔다.

먼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낮 12시께 긴급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사실을 공식 확인했고 유명환 장관은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 자격으로 낮 12시40분께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유 장관은 바로 외교부로 돌아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한 데 이어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외상, 중국의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차례로 통화하고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미국, 일본, 러시아 측의 수석대표들과 전화협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전 재외공관에 북한 로켓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정부의 논리를 주재국 정부에 이해시키고 재외 국민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미국측으로부터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위성의 궤도 진입은 실패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정부의 대응책을 재점검했다.

앞서 오전 8시30분 현인택 장관 주재로 비상 대책회의를 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했던 통일부는 현 장관이 청와대로 간 뒤 홍양호 차관 주재로 당국자 회의를 열고 통일부 차원의 대응책을 협의하고, 상황 보고를 실시간 청취했다.

북한 로켓 발사가 확인된 직후 통일부는 개성과 금강산 현지의 우리 국민 체류 상황을 재점검했으며 오후 1시50분 브리핑을 개최, 이종주 부대변인을 통해 남북관계 상황 관리 및 우리 국민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확인된 직후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상희 장관 주재의 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이 장관을 비롯해 김태영 합참의장 등 국방부 및 합참의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위기관리위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 상황을 바탕으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상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등 남북 접적지역에서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각 군의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합참도 각 군 작전사급 이상의 부대에 위기조치반을 가동하는 한편 여단급, 함대사급, 비행단급 이상 부대의 지휘관에 대해 정위치에서 대기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