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오전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함에 따라 국가신인도 등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은 외환 · 증권시장 등이 개장하지 않은 휴일이어서 정확한 반응과 파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가 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향후 제재 수위 등에 따라 파장이 생각보다 커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경제 파장 크지 않을 듯

북한의 로켓 발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예고된 발사여서 충격이 작고 발사된 로켓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불분명 하기 때문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만약 북한의 로켓이 인공위성 이었다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낮아졌겠지만 최종 확인이 안돼 미사일 가능성에 따른 우려는 일단 사라졌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로켓 발사는) 예고된 것이었기 때문에 경제적 악재로서의 성격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서 우리 경제는 충분한 내성을 쌓아 왔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큰 이슈가 될지 몰라도 전쟁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로켓 문제를 크게 부각시켜 대외 협상력과 대내 체제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경제 문제가 산적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이에 동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도 단기적인 충격에 그쳐

북한의 도발은 과거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거나 대부분 단기적인 충격에 그쳤다. 이 같은 '학습 효과'가 이번에도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8월 대포동미사일 1호 발사 당시 당일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5.4포인트 올랐고 원 · 달러 환율도 14원 오르는 데(원화 가치 하락) 그쳤다. 그나마 충격이 컸던 것은 2006년 10월 핵실험 때다.

당일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 급락한 1319.4로 추락했다. 하지만 보름 정도 지나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당시 환율은 14원80전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북핵 리스크가 커진 2003년 2월에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부정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무디스가 북핵 위기가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등으로 이어지자 신용등급 전망을 두 계단 내렸던 것.그러나 등급 전망이 떨어진다고 해서 신용등급 자체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충격이 컸던 2006년 핵실험 때도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됐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는 "지금까지 북한 관련 악재는 주로 발생하기 전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에는 차츰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제재 수위와 반발이 변수

북한 로켓 발사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향후 움직임에 따라서는 파장이 훨씬 커질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로켓 발사 이후 '타협' '긴장' '위기'의 3가지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미 · 일 등이 제재함으로써 '긴장'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해 북 · 미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위기' 국면으로 발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항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북한의 반발 수위에 따라서는 국지전 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태가 번질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그동안 북한 관련 악재가 많이 축소된 측면이 있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된다"며 "앞으로의 국제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욱진/김현석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