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원, HSBC·SC 등 거래은행에 금융자료 요청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홍콩 현지법인 APC(Asia Pacific Company)는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2007년 12월께, 또다른 태광산업의 현지법인은 2008년 1월 각각 법인해산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PC의 자금 가운데 일부인 500만달러가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에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홍콩 현지의 한 금융소식통은 3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태광실업의 홍콩현지 법인이었던 APC가 2007년 12월께 해산절차를 밟기 전까지 HSBC, 스탠더드앤드차터스(SC) 등 홍콩의 주요 은행들과 활발하게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류상으로 볼 때 APC는 한국의 태광실업과 베트남 현지법인인 태광비나 등의 구매와 자금거래 관련 업무를 담당할 목적으로 4∼5년 전에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2007년 12월께 법인해산 절차를 밟아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회사"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현지법인은 2008년 1월에 법인해산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달 초 홍콩법원을 통해 APC가 자금거래를 해온 HSBC, SC 등 홍콩의 주요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APC 관련자료를 넘겨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법원은 이들 홍콩 시중은행에 보낸 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홍콩 현지법인이었던 APC의 계좌개설, 거래 및 송금 내역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왔다'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의 홍콩지점의 한 관계자는 "홍콩법원이 이달 중순께 APC의 계좌가 개설돼 있던 우리 지점에 APC의 거래내역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해와 즉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 지점은 2008년 7월에야 '풀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그전에는 APC의 자금을 하루 이틀 정도 예치했다 APC가 요청하는 홍콩의 외국계 은행에 예치된 돈을 보내는 역할만 했다"면서 "따라서 APC의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현재 은행 자료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활동 자유도가 높은 홍콩의 경우 1주일도 채 안돼 회사를 설립할 수 있어 외국의 수많은 회사들이 홍콩내에 명목상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