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해외법인 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만든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 박 회장의 해외 비자금이 얼마로 늘어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박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 APC로부터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 685억이 들어 있는 계좌 이외에 홍콩 계좌를 추가로 발견했다.

검찰은 박 회장 관련 대여금고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들 계좌를 발견했으며 계좌 존재 자체는 발견했으나 박 회장 개인 명의인지, 차명인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계좌가 비자금 조성을 위한 새로운 창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홍콩당국에 계좌추적을 위한 사법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로 확인된) 계좌의 총액이 APC의 배당이익인 685억과 같을 수도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해외 사업체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일 수도 있다"면서도 "(추가 비자금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즉, 계좌추적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685억의 배당이익이 흘러다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별도의 비자금 조성 창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광재 의원은 2006년 8월 박 회장의 초청을 받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현지법인 태광비나 사무실에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 조사결과 5만달러는 태광비나 현지에서 만든 돈으로 드러났으며 이들 현지 법인은 별도의 뭉칫돈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만들어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계좌 역시 현지에서 만든 별도 비자금일 개연성이 있다는 것.
특히 자금 흐름을 따라간 결과 해당 계좌가 복잡한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잘게 나뉜 뒤 정ㆍ관계 유력 인사에게 전달된 사실이 밝혀진다면 박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홍콩과의 사법 공조가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사건의 열쇠를 쥔 박 회장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각종 의혹만을 낳은 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APC 차명 배당이익을 추적한 결과, 일부가 박 회장의 위장 계열사로 의심받는 DNS사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

DNS는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경남 김해의 아파트 건설부지를 매입한 뒤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APC 자금 가운데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검찰은 수사 단계가 아직 이 부분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은 한 번 아니라고 말하면 증거를 들이대도 진술을 번복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70∼80% 자료를 갖춰놓고 자신감이 있을 때 물어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