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하면 파장클듯..대북제재 견제.대남 압박

북한이 30일 규정 위반 혐의로 개성공단의 우리 측 직원 1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이 직원이 북의 정치체제를 비난하는 등의 행동을 했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단속.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에서 우리 국민을 조사한 사례는 이전에도 몇건 있었다.

1999년 6월 20일 남측 관광객 민영미씨가 금광산 관광 도중 북측 환경관리원에게 귀순자의 생활에 관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북측에 억류돼 조사를 받다 엿새만인 같은달 25일 풀려난 적이 있다.

또 개성공단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이들이 북측 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례도 몇건 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계속 긴장상태라는 점과 북측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우리 당국에 조사를 진행중이라는 통지문을 공식적으로 보내온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북측이 이날 "관련 합의서 등이 정하고 있는 대로 조사기간 동안 피조사자의 건강과 신변 안전, 인권은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강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일단 억류상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런 만큼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에 걸릴 시간과 처분 결과에 따라 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2004년 체결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제10조는 `북측은 인원이 지구에 적용되는 법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이를 중지시킨 뒤 조사하고, 대상자의 위반 내용을 남측에 통보하며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적용돼 경고.범칙금 부과, 추방 등 조치에 그칠 경우 별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이 합의서가 "남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하여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엄중한 위반 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이번 사안을 `엄중한 위반행위'로 규정할 경우 사태가 생각보다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가 현지에서 활동하고는 있지만 남북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개성공단 출입.체류 문제를 협의할 위원회 등이 구성돼 있지 않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북한 당국이 우리 국민을 억류해 조사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한 성격 규정 및 북한의 의도 분석 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필이면 시기적으로 민감한 현 상황에서 북이 우리 국민에 대해 강제조사를 진행하는 데는 모종의 의도가 담겨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일단 북한이 지난 17일 북.중 접경지역에서 미국인 기자 2명을 억류한 것과 연결짓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4~8일로 예고한 장거리 로켓 발사 후 한.미 등이 강경한 대북 제재 행보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 차원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최근 개성공단 통행 차단과 마찬가지로 개성공단을 카드삼아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행 차단 사태에도 불구, 개성공단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개성공단을 포기하기 싫으면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하거나 미국을 떼밀어 북미대화에 나오도록 유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