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복 '박심' 구애..朴 "사진찍지 말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0일 지역현안 토론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KTX편으로 일찌감치 대구에 도착, 최근 개관한 대구안전테마파크를 돌아본 뒤 대구시당 주최로 엑스코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대구 의료.관광 특화 전략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날짜가 겹친 당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위원장 연찬회에는 불참했다.

행사장에는 경주 재선거 한나라당 공천이 확정된 정종복 전 의원이 일찌감치 도착해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박심(朴心)' 구애에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애초 알려진 동선과 달리 옆문으로 입장하는 바람에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표가 자리에 앉자 정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사진 같은 것은 찍지 마시라"고 분명히 밝힌 뒤 간단히 악수만 나눴다고 한 참석 의원은 전했다.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체 답하지 않았다.

만남과 관련해서 "한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반면 정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면서 "당의 어른이니 당연히 지지해주시지 않겠느냐"며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이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경주 재선거에는 이미 친박 성향의 정수성씨가 무소속 출마를 일찌감치 선언, 친이-친박 정면대결 구도가 형성돼 있다.

박 전 대표의 대구행은 오래전부터 당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경주 재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물론 박 전 대표로서도 대선후보 경선 기간 자신을 도왔다고는 하지만, 무소속 후보를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재.보선과 관련해 철저한 침묵 행보를 이어왔다.

꾸준히 참석한 문중 행사인 박혁거세 시제도 정씨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겹치자 불참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가 영남권에 발을 들여놓는 자체가 `박심'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지역구인 대구만 방문해도, 인접한 경주에까지 `박풍(朴風)'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주는 영남권 중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높은 지역이다.

반면 직전 지역구 의원인 정 전 의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평이 엇갈린다고 한다.

결국 정수성씨와 정 전 의원이 혼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미동조차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영남권에서는 이미 박 전 대표를 다음 주자로 밀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며 "결국 이번에도 `박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과거 1950~60년대 우수한 인재가 화학.공학 분야에 몰려 70~80년대에 중화학 공업이 일어났고, 70~80년대 전자.전기공학 분야에 인재가 몰려 90~2000년대 IT분야가 크게 일어섰다"면서 "최근 의료분야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데, 앞으로 2010년과 2020년대에는 BT(생명공학) 분야가 국가발전을 이끌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국가비전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