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 소형화'로 안보지형 뒤흔들듯

"북한이 로켓 발사 실험에 성공하면 핵탄두 소형화 문제까지 불거져 한반도 안보지형에 적지않은 변화가 올 수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28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두고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주장처럼 '시험통신위성'을 탑재한다고 해도 운반수단인 이번 로켓 발사의 성공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입증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성 대신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까지 상정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紙)도 27일 북한의 로켓 발사에 국제사회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번 실험으로 북한이 각종 미사일에 장착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개발했거나 개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핵무기 장착 여부를 굳이 상정하지 않더라도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은 미국 본토를 사거리에 둘 수 있는 8천㎞ 이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을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협의 정도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장거리 로켓에 탑재되는 물체가 일반 탄두가 아닌 핵탄두가 될 경우다.

로켓의 능력을 세계적으로 `공인'받게 된다면 그다음 수순은 당연히 그 로켓에 싣게 될 핵무기의 소형화 기술에 자연스레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이 상당 수준의 경량화 기술을 확보했을 것이란 추정에서부터 아직은 미사일에 탑재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조잡한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에 이르기까지 분분하기만 하다.

그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동북아 안보지형이 크게 흔들려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에 대한 모호한 정보 자체가 가져올 논란과 파장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 나아가 북한이 장거리 운반체(로켓) 능력이 확보된 상황에서 핵무기까지 소형화한다면 동북아를 뛰어넘어 미국 본토를 비롯한 전세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계 안보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은하2호'라 부르는 대포동 2호 로켓에 핵무기를 장착하려면 탄두 무게가 1t 이하여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2006년 핵실험 이후 소형화를 꾸준히 추진했더라도 4~5t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선 굉장한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아직 그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핵실험 성공을 전제로 했을 때 적어도 그 시점부터 7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반체 능력에 따라 탑재 핵탄두의 무게도 일정부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메이플스 국장이 지난 10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을 수 있다"고 말한 점도 북한의 핵기술이 상당 부분 진척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16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미국 당국자들이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을 `핵무기' 실험으로 잇따라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이 핵 소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상 군사적으로 핵을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해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27일 워싱턴에서 연쇄회담을 갖고 북한이 발사하려는 로켓이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상관없이 안보리 회부 등 제재 입장을 밝힌 것도 발사 성공 이후 핵탄두 탑재를 비롯한 또 다른 강력한 위협에 직면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국제적인 제재가 가해지거나 또는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북한은 지금까지 '로켓발사'를 무기로 높여왔던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2의 핵실험 등 의외의 카드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트 브라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아시아지부장은 지난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로켓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조치가 취해지면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