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고위공무원(1급 이상),국회의원,법조계 고위공무원(1급 이상) 등의 지난해 재테크 성적은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주식이나 펀드자산이 많은 공직자들의 재산 감소폭이 컸던 반면 부동산과 금을 보유한 공직자들은 오히려 재산이 늘어났다. 상속이나 증여도 재산 증가에 톡톡히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의 전체 평균 재산은 오히려 늘어났다. 재산변동 공개에서 부동산 가치가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해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 정해진 가격이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선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중구 빌딩 공시지가 상승(6억3000만원) 등의 영향으로 전체 재산이 7억7000만원 증가했다.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도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에 보유 중인 건물에서 4억원의 이익을 냈다.

손재홍 광주시 의원은 금으로 재미를 본 케이스다. 손 의원이 보유 중인 금은 순금 24k 등 총 12㎏에 달했다. 1돈(3.75g)으로 환산하면 3200돈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금의 전년도 평가액은 3억2000만원.올해도 같은 금액으로 신고했지만 1년간 금값이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균 행정법원장도 배우자 소유로 24k 금 600g을 보유,818만원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중앙 고위공무원 중 재산 증가 1위를 기록한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부친으로부터 39억5000여만원을 상속받았다. 2위에 랭크된 홍종기 외교통상부 특명대사도 상속 등으로 재산이 15억8000만원 불었다. 지방공직자 가운데 증가 순위 1위에 오른 김수남 경북 예천군수는 부친으로부터 81억3000만원을 상속받았다.

반면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재산이 3조6043억원에서 1조6397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도 주가 하락 등에 타격을 받아 211억원의 재산이 감소했다. 행정부 재산감소 1위를 기록한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주가 하락에 따른 매각 손실로 55억7100만원을 허공에 날렸다. 오거돈 한국해양대학교 총장도 주가 하락 등으로 재산이 14억7789만원 줄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펀드가치 하락 등으로 재산이 2억1784만원 감소했다. 엔고에 발목이 잡힌 이도 있다. 하우송 경상대학교 총장은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대출금 증가로 채무가 늘면서 재산이 9억7194만원 줄었다.

구본충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은 "부동산가격이 지난해의 하락분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위공직자들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을 피해나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