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횡령직원 19명 중 10명 미고발
권익위 "횡령공직자 형사고발 의무화 추진"


행정기관이 자체적으로 적발한 공금횡령 공직자 가운데 58%가 형사고발 없이 내부징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5일 부패통제시스템인 `제로미사이트'에 입력된 각급 행정기관과 공직 유관단체의 `횡령사건 징계처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6-2008년 공금횡령으로 적발된 공직자는 모두 490명으로, 이중 검찰과 경찰에 적발된 공직자는 159명(32.4%), 행정기관 자체감사 등을 통해 내부적발된 공직자는 331명(67.6%)이었다.

특히 검·경에 적발된 횡령 공직자는 내부징계와 함께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행정기관은 횡령공직자 331명을 자체적발하고도 193명(58.3%)을 형사고발하지 않고 자체징계만으로 끝냈다.

횡령금액별로는 3천만원 이상 거액을 횡령한 113명 중 35.4%(40명)가 고발없이 내부징계로 그쳤고,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미만은 47.3%(26명), 1천만원 미만은 77.9%(127명)가 형사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기관별로는 농업협동조합이 2008년 2억7천100만원을 횡령해 주식투자금으로 사용한 4급 직원을 적발했으나 고발없이 면직처분만 하는 등 2006-2008년 3천만원 이상 횡령공직자 19명 중 10명을 고발하지 않았다.

농협은 2007년 5월 이전까지는 `3억원 이상 횡령한 직원을 고발한다'는 내부기준에 따라 4명만 고발했고, 이후 `고발을 원칙으로 하되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고 기준을 바꿨으나 역시 고발대상자는 6명에 그쳤다.

권익위 관계자는 "농협이 2007년 5월 이후 임직원 범죄에 대해 고발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횡령직원 형사고발 시 농협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가 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성남시는 2007년 4천200만 원을 횡령한 7급 직원을 적발했으나 해임 및 전액변상 조치를 사유로 고발하지 않았고, 경기도 교육청은 9급 직원의 3천100만 원 횡령사건과 관련, 해임조치로 끝냈다.

수산업협동조합도 2008년 1억 8천400만 원을 횡령한 3급 직원을 고발하지 않았고, 2007년 부산대학교 Y 교수는 연구비 4천300만원을 횡령해 내부 적발됐으나 감봉조치만 받는데 그쳤다.

권익위는 현행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국무총리 훈령)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공직자 범죄사실을 발견하면 기관장은 해당 직원을 형사고발해야 하지만 세부기준은 기관별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기관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고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은 200만원 횡령시 고발하지만 철도공사와 한국전력의 고발기준 횡령액은 500만원이며, 농협과 수협은 인사위원회에서 고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권익위는 "행정기관의 공금횡령 사건 은폐와 `제 식구 감싸기'식의 온정적인 문화가 최근 보조금 횡령비리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고발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상당수 기관이 내부징계만 하고 고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공금횡령 사건에 대해 기관 내부 징계는 물론 사법기관 고발을 의무화하고, 횡령금액과 동기에 따라 구체적인 고발기준을 마련해 각급 기관에 권고키로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무총리실과 사법당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1원이라도 횡령한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형사고발 한다는 내용을 총리훈령 또는 공직자행동강령에 반영하겠다"며 "빠르면 5월 중으로 횡령공직자 형사고발 의무화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