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3일 올해 추경 예산안의 윤곽을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가 하강 일변도인 우리 경제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추경은 주요 선진국보다 한 발짝 앞선 재정 집행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정부와 여당은 취약계층과 일자리 부문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주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세계경제 침체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추경이 충분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 당정, 마이너스 탈출 기대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추경 예산안 규모를 28조9천억원으로 잠정 확정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번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높아지고 여기에 규제완화 및 민간투자 확대까지 포함할 경우 성장률을 2%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가 -2%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플러스 성장 전환 가능성을 노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자리는 55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8만개다.

하지만 추경으로 올해 일자리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기존에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공공부문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로 옮길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없고 비경제활동인구가 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면서 실업.취업률 통계에 새로 잡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 선진국보다 한 박자 빠른 행보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번 추경이 규모와 속도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2월 말까지 연간 예산 257조7천억원 가운데 60조원을 집행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46조7천억원의 128.4%를 집행한 것이다.

지난해 이후 정부의 재정 지출 규모는 이번 추경을 합해 국내총생산(GDP)의 7%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4조6천억원에 달하는 추경 예산을 편성했으며 10조원 이상의 수정 예산안도 내놨다.

이어 올해 3% 수준의 추경안이 마련됐다.

미국은 7천800억달러의 경기부양안을 추진중이다.

이는 2008년 미국의 명목 GDP 기준 5% 내외이다.

일본도 27조엔 상당의 경기부양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일본 GDP의 5%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4조 위안 상당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GDP의 14% 내외로 주요국 중 가장 많다.

독일은 GDP 대비 2%, 이탈리아는 5%, 영국은 1% 정도다.

1998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 추경 규모는 GDP의 2.9%로 이번 추경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 2차 추경도 가능성도
이번 추경이 추락하는 경기를 다잡는데 충분한 수준이 될지에 대해선 비관론이 좀 더 우세하다.

문제는 우리 경제와 매우 관련성이 높은 세계 경제 침체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IMF는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5~-1.0%로 하향 조정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조만간 발표할 세계은행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1% 범위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보다 세계 경제 흐름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세계경기가 더 침체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대규모 추경으로 경기의 추락 속도를 좀 더 완만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하강의 방향성 자체를 바꿔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올 하반기나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돼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경제상황이나 여건을 면밀히 검토해서 필요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2차 추경 가능성도 열어 뒀다.

한편 이 같은 추경 편성은 재정 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추후 논란이 예고된다.

이번 추경안이 향후 국회를 통과하려면 민주당 등 야당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추경에서 4대강 살리기와 녹색뉴딜 부분은 빼야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민주당이 13조8천억원, 자유선진당이 14조4천억원, 민주노동당이 23조원의 추경안을 내놓아 정부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용주 기자 president21@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