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귀국했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뒤 지난해 7월 미 듀크대학으로 연수를 떠난 지 9개월 만이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9년 3월22일 오늘을 제2의 정치 인생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후 18대 총선에서 출마했던 서울 동작을 지역주민과 만나 지역구 이전에 대한 양해를 구한 뒤 곧바로 전주 덕진으로 내려갔다.

◆정동영-정세균 24일 담판

정 전 장관은 귀국 소감을 통해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왔다"며 "당이 힘겹게 맞서고 있는 만큼 적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3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가 새롭게 재출발을 선언한다"며 덕진 출마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

그는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 "당에 대한 애정에 관한한 누구보다 선두에 있다고 보며 또 당이 이를 인정해주리라고 본다"고 낙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인천 부평을 출마 가능성에 관해선 "그 문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선을 그은 뒤 "제가 앞장서서 도우면 부평을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덕진 출마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의식한 듯 "정세균 대표 체제를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최규식 박영선 이종걸 의원 등 현역 의원들과 지지자 2000여명이 모였다.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은 24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고 공천 문제에 관한 담판을 시도할 예정이다.



◆전주 민심은 '미워도 다시 한번'

정 전 장관의 귀국을 바라보는 전주 민심은 엇갈렸다. 이날 덕진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에 정계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과 "그동안 지역구를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는 냉소적 반응이 맞섰다.

전주고속터미널에서 만난 양형록씨(73)는 "그런 분은 고향에서 키워줘야 한다. 복귀를 100%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송천동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정명관씨(44)는 "이제는 변해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이 나오더라도 찍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 없이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무소속으로 나오더라도 무조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암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원표씨(57)는 "대체로 안 나오는 게 좋다고 하는데 전주 출신이니 어떻게 하겠나. 고향에서 힘을 모아줄 수밖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택시기사 장수길씨(39)도 "그래도 막상 나오면 찍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호남을 통틀어서 그런 인물이 없지 않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전 장관에 대한 당 지도부의 공천 배제 움직임에 대해선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모래내 시장에서 만난 임정례씨(52)는 "대선 후보까지 지냈던 사람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 지도부가 자신들이 밀려날까봐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관심이 정 전 장관의 출마 여부에만 모아지면서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6명의 예비후보들은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한 예비후보자는 "공천 문제가 정 전 장관과 정 대표의 힘 대결로 번지면서 캠프 활동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전주=노경목/강동균 기자 autonomy@hankyung.com